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항암치료법이 연구되어 왔고, 발전해왔지만 아직까지 고형암을 정복할 수 있는 항암 치료법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고형암의 경우, 종양 주변이 조직화되어 종양미세환경(Tumour microenvironment, TME)이라는 특이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TME는 다양한 면역 세포와, 이 세포들 사이의 물리적/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종양이 성장하고 다른 조직으로의 전이할 수 있도록 돕기에, 최근에는 이 TME를 타겟으로 하는 항암 치료 접근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종양미세환경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종양관련 대식세포(Tumour-associated macrophages, TAMs)의 종류와 역할, 그리고 다양한 항암치료법에서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개괄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TAMs의 기능과 역할을 바탕으로, 항암치료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특성들과 그 예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면역 억제 특성을 갖고 있어 TME 내에서 종양의 생장을 돕는 TAMs를 억제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타겟들에 대해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 TAMs의 집합과 축적 기전
종양에서의 케모카인(chemokine)과 CSF1는 TAMs를 종양 부위로 이동시키고, TAMs의 기능을 결정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케모카인을 이용한 임상시험에서, 전임상 단계의 성공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단독 요법과 병행 요법 모두에서 효과를 보지 못해 중단되었습니다.
반면 CSF1과 그 수용체인 CSF1R을 타겟으로 하는 접근법은 높은 치료율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러 전임상 연구에서 CSF1R 억제제가 TME에서의 TAMs의 수를 감소시키고, 화학요법의 반응성을 높였음을 보고하였습니다. TAMs의 밀도 감소 뿐만 아니라 TAMs의 표현형과 유전체의 변화, 림프구의 증가한 활성화도를 보이는 등의 효과를 내었습니다. 특히 저분자 억제제인 BLZ945는 TAMs, NK 세포와 T세포, 그리고 수지상 세포를 통해 TME의 재구성을 유도했고, 이는 항암제의 치료능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그러나 CSF1의 발현률이 높지 않은 고형암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CSF1 억제제를 이용한 병용 요법 등이 임상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TAMs의 동원을 조절하는 전략에는 여러 부작용들이 존재합니다. TAMs의 수가 감소하는 대신 TME에서 호중구가 보상적으로 축적되거나, 케모카인 시스템의 교차로 인한 다양한 세포들이 받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작용을 상쇄시키기 위해, CAR-T세포를 통해 TAMs를 감소시키는 접근법이 제시되었습니다. 면역 억제성 TAMs의 지표로 FRb(folate receptor-b)와 다른 M2 마커 (CD204, CD206, CD163)가 사용되었으며, 이들을 인식하도록 엔지니어링 된 T세포는 면역억제성 TAMs를 특이적으로 제거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면역 반응의 재활성화 이해 종양의 성장을 저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다양한 TAMs의 종류를 모두 타겟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TAMs에 대한 정확하고도 자세한 이해를 통한 분류와 타겟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 보체 (Complement)
보체는 선천적 면역 시스템의 일종으로, 주로 염증 발생 기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염증과 종양 생장 사이의 관계성이 밝혀짐에 따라, 종양 치료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타겟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체 시스템은 세가지의 경로(고전 경로, 렉틴 경로, 대체 경로)를 통해 단백질을 가수분해함으로써, 염증이 유발합니다. 보체가 활성화되는 경우, 아나필라톡신(anaphylatoxin)등의 분비와 세포 용해성 복합체의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아나필라톡신은 골수 유래 면역억제세포를 종양으로 유인, 종양 생장에 유리한 염증성 환경을 조성합니다. 특히 렉틴 경로의 C3a-C3aR 축이 활성화된 경우, 면역 억제 반응을 촉진하여 TAMs의 모집을 유도합니다. 일례로, 편평암에서 TAMs는 C3 분비를 조절하여 세포 독성 T세포의 억제, 비만 세포와 대식 세포의 종양 발생 성질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 경로 또한, 이를 조절하는 물질의 결핍 시, 혈액에서의 보체 활성화 물질 축적을 일으켜 TAMs의 종양 내 침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체 물질들은 치료 타겟뿐만이 아닌 진단과 예후의 지표로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 암종별로 각각 다른 보체 시스템의 구성 물질이 예후 판단 바이오마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보체와 관련된 유전체 발현 정도 또한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보체 물질들은 TAMs 뿐만 아니라, T 세포의 고갈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다양한 방면으로의 응용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체 시스템과 PD1-PDL1 면역관문 축을 동시에 차단할 경우 큰 효과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 효과는 CD8+ T 세포수의 증가와 종양 내 골수성 면역억제세포의 감소 원리로, 억제되었던 면역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복구하였습니다. 따라서 보체 시스템을 타겟으로 한 치료법은 단독 요법 뿐만 아니라 면역 관문 억제제와의 병용 요법에서도 훌륭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염증소체(inflammasome)과 IL-1
일반적으로 IL-1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만, 종양 생태계 내에서는 종양 신생과 전이 과정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IL-1은 면역 억제 세포의 생성과 모집, TAMs의 면역 억제 기능 등을 향상시켜, 종양 관련 면역 반응을 억제합니다. 이 사실을 토대로, 신장암 모델에서 면역관문억제제와 항-IL-1 항체의 병용 투여 시, 향샹된 항암 효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폐암에서는 항-IL-1b 항체를 사용하였을 때, 폐암으로 인한 발병률과 사망률을 극적으로(60% 이상)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IL-1 신호를 차단했을 때, 선천 또는 적응 면역의 재활성화를 통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IL-1은 카나키누맙(canakinumab) 같은 단일클론항체로 직접 타겟할 수 있지만, IL-1의 상위 조절자인 염증소체를 간접적으로 타겟할 수도 있습니다. 염증소체의 구성체인 NLRP3를 차단할 경우, TME에서의 T세포의 감소를 막고 종양의 생장을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이전 접근법들과 마찬가지로, 항-PD1 항체와의 병용으로 투여했을 때 상승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염증성 신호 전달 체계를 조절함으로써 항암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 mRNA와 microRNA
현재 mRNA는 다양한 질병 치료의 실마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노약물전달시스템을 통해 제형화 된 mRNA 치료제의 경우 TAMs가 항종양성 특성을 갖는 유전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도록 사용된 바 있습니다. 또, IRF5와 IKKb를 인코딩하는 mRNA를 나노입자를 통하여 주입했을 때, 면역억제성 TME를 변화시키고 TAMs의 기능 변화를 일으켜 종양 사멸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mRNA와 다르게 microRNA(miRNA)는 단백질 발현에 필요하진 않지만, 전사 후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자입니다. 특별히 TAMs를 포함한 대식세포의 분화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miRNA의 일종인 miRNA-155를 만노스(mannose)가 결합된 나노입자를 통해 전달하였을 경우, TAMs 특이적으로 miRNA가 전달되어 항암 효과를 확인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miRNA 처리 효소의 유전자(Dicer1)를 대식세포에서 삭제하였을 때, TAMs의 면역 억제성을 반전시키는 IFNr-STAT1 신호 경로를 활성화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여기까지는 TAMs의 비활성화, 또는 그 수의 감소를 통해서 항암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 타겟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대식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전략도 존재합니다. 특별히 대식세포의 유형중 M1 유형의 경우 종양세포의 사멸을 이끌기에, M1 대식세포로의 분화를 자극할 수 있는 타겟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 CD40
CD40은 TNF수용체로,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 APC)와 대식세포에서 발현됩니다. CD4+ T 세포 표면의 CD40L과의 결합으로 활성화 되면 TNF, ROS, 반응성질소를 생성합니다. 이를 통해 TAMs의 살생력, 종양 억제능을 조절하며, T세포로 인해 APC가 활성화됩니다. 전임상 연구에서, 항체 형태의 CD40 작용제(agonist)는 면역 억제성 TAMs가 세포 독성 효과를 갖도록 변화를 일으켜 종양 생장을 막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기전으로, CD40 작용제 투여 시 자극된 TAMs가 분비한 CCL5로 인해 TME로의 CD4+ T 세포의 침투가 증가하였으며, 따라서 대식세포의 항원제시효과가 극대화되었습니다.
- 톨 유사 수용체 (Toll-like receptors, TLR)
톨 유사 수용체(TLR)를 자극할 경우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며, 이는 종양에서 대식세포의 면역 억제 활동을 우회하여 암을 사멸 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TLR 작용제를 사용한 경우, TAMs의 재구성이 이루어졌고, 세포 독성 효과와 면역 활성화 사이토카인 분비가 증가했습니다. FDA로부터 최초 승인 받은 TLR 작용제는 TLR2와 TLR4를 자극하는 Mycobacterium bovis 균주를 약화시킨 BCG(Bacillus Calmette-Guerin)이며, 이 외에도 MPLA(monophosphoryl lipid A)등이 효과를 보였습니다.
TLR3, TLR7, TLR8, 그리고 TLR9는 엔도좀에 존재하며, 주로 핵산을 감지하는 센서처럼 작동합니다. 이들이 자극될 경우, 염증성 전사인자인 NF-kB가 활성화되고 1형 인터페론을 포함한 면역 활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TLR7 작용제인 imiquimod는 FDA에서 유일하게 비소세포성 폐암과 기저세포암에 국소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된 약물이며, imiquimod의 파생물질인 resiquimod나 R848, motolimod 등도 전임상 결과에서 좋은 예후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TLR3 작용제인 Poly I:C는 polyethylenimine (BO-112)와 나노 복합체를 이루는 경우 확실한 항암 기능을 보여, 현재 임상 평가를 진행중입니다. 그러나 TLR 작용제는 전신투여시 염증독성 등의 부작용을 보일 수 있어, 종양에 직접 투여 가능한 암종에서의 사용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여러 TLR 작용제에 대한 임상시험은 1-3상에 걸쳐 다양하게 진행 중이며, 단독 요법과 병용 요법 모두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항암 백신의 보조제 (adjuvant)로도 사용되는데, 면역학적으로 차가운 종양(cold tumour)를 뜨거운 종양(hot tumour)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어 면역 관문 억제제와의 병용 요법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 STING
STING 단백질은 세포 내부의 손상된 DNA와 병원체 유래 핵산을 감지하는 세포질 수용체로부터 신호 전달을 받아, 1형 인터페론의 생산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STING 또한 항암 면역 반응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는 단백질로, STING 작용제의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STING 작용제이자 혈관 손상 물질인 DMXAA(5,6- dimethylxanthenone-4- acetic acid)는 STING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인터페론과 TNF의 분비를 통해 항암 효과를 보입니다. 선천성 면역 세포 또는 암세포에서의 STING의 자극은 전임상 단계에서 그 효과를 입증하였는데, STING 작용제가 대식세포 특이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치료능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의 종양 내 침투와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STING 작용제의 개발 초기에는 반감기가 짧아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면, 점차 반감기가 향상된 새로운 물질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최근 환자 투여한 케이스에서는 종양 내 투여 방식이 채택되었지만, 경구 투여가 가능한 제형으로 만들어진 약물이 쥐에서 테스트되었고, 이 역시 병용 요법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였습니다. STING은 장내 미생물군 유래 물질인 c-di-AMP등과의 연관 가능성도 보였는데, 고섬유질 식단으로 미생물군을 조절할 때 면역 관문 억제제의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번 본문에서는 면역 억제성 TAMs의 비활성화 또는 감소를 유도할 수 있는 타겟, 또는 M1 대식세포로의 분화 등을 촉진할 수 있는 타겟들에 대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대식세포는 다양한 아형을 갖고 있으며, 자극에 따라 분화 방향이 조절되는 가소성을 갖고 있는 특별한 세포이기에, 이를 적절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세포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TME에서 대식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경우 매우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항암 치료 전략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참고 : Mantovani A, Allavena P, Marchesi F, Garlanda C. Macrophages as tools and targets in cancer therapy. Nat Rev Drug Discov. 2022 Nov;21(11):799-820. doi: 10.1038/s41573-022-00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