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세포 외 소포체(EV)의 개괄적 설명과 더불어, 형성 매커니즘과 하위 분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EV 중 엑소좀(Exosomes)에 더욱 집중하여, 이를 치료적 접근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와 연구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 면역계에서의 엑소좀
면역계에서 엑소좀의 역할은 꾸준히 연구되어 왔지만, 엑소좀으로 인해 초래되는 면역 독성 반응은 크게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일례로, 인간 또는 쥐 유래 엑소좀을 저용량으로 지속 투여를 받은 쥐가 별다른 심각한 면역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혈 또는 혈장 수혈을 통해서도 EV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면역 독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독성은 크게 발견된 바 없지만, 여러 실험을 통해 엑소좀이 내재 면역과 적응 면역 모두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엑소좀이 유도하는 면역 조절 반응으로는 항원의 전달과 제시, DNA 유도 cGAS-STING 신호 전달, 마이크로RNA(miRNA) 전달을 통한 유전자 발현 조절, 엑소좀 표면 단백질을 통한 특정 신호 전달 경로 유도 등이 있습니다.
항원 제시 세포(Antigen presenting cells, APCs)가 분비하는 엑소좀은 항원 펩타이드를 포함한 MHCⅡ와 공동자극 신호를 운반하여, T세포에게 항원을 직접 제시하고 이들의 활성화를 유도합니다. APC 엑소좀을 마우스에 피하주사로 주입한 경우, 단 한 번의 주사로 종양이 완치되거나 성장이 저해된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PC 간의 간접 항원 제시에도 관여해, 미성숙 T/B세포의 활성화에도 관여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단순 항원 제시나 T/B 세포의 활성화에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 감염 상황에서의 INF-α, r의 생산과 분비, TNF-α의 생산 등을 적극 유도하여 적응 면역에서도 그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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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좀 내부 핵산인 DNA 또는 miRNA 또한 면역계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합니다. 박테리아 감염 상태에서, 박테리아의 DNA가 엑소좀에 실려 세포에 전달되면 cGAS-STING 신호 전달 체계를 자극하고, 선천 면역의 활성화를 유도합니다. 종양 환경에서는 종양 세포의 엑소좀이 수지상세포의 활성화와 cGAS-STING 신호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종양 생장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종양 유래 엑소좀에 포함된 DNA의 전파로 암의 진행을 가속화할 수도 있으며, 호중구(neutrophil)이 이를 섭취할 경우 부종양 질환(혈전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엑소좀의 miRNA는 해당 엑소좀 수용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miR-212-3p의 경우 수지상세포의 MHCⅡ 전사인자인 RFXAP를 억제하여 종양 세포가 면역 침투 작용을 일으키기에 용이하게 합니다.
엑소좀은 면역 관문 분자의 발현과도 연관됩니다. 종양 유래 엑소좀은 PD-L1 의존적 기전을 통해 수지상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며, 림프절에서의 T세포 탈진을 유도합니다. 또는 FasL의 전달을 통해 T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적응 면역 반응이 저해되어 종양 미세환경에서의 면역 억제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비만 세포(mast cell) 엑소좀이 MHCⅡ, CD86, LFA-1, ICAM-1을 발현하여 이들을 통해 T/B세포의 증식을 촉진합니다.
이렇게 엑소좀의 유래에 따라 이들이 보이는 기능이 결정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잡한 면역 체계 안에서, 엑소좀은 양면성을 가지며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기도, 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면역체계가 관여하는 질환이라면 어느 질환이든 상관없이(박테리아/바이러스 감염, 종양 등), 여러 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과 내부 물질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 다양한 질병에서의 엑소좀
면역 체계에서의 엑소좀의 역할을 기반으로, 다양한 질병에서 엑소좀이 어떠한 병리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질병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대사 / 심혈관계 질환
엑소좀은 대사 질환의 출현과 심혈관계 건강과도 매개 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대사 물질의 교환, 엑소좀의 miRNA 전달을 통해 세포 간 상호작용을 도우며, 이를 통해 질병의 발전 또는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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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경퇴행성 질환
엑소좀의 생성 기전과 신경 세포의 분비 소낭 조절 기전의 유사점은 엑소좀과 신경퇴행성 질환 사이의 유의미한 연결점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엑소좀은 뇌의 비정상 단백질의 형성과 응집을 억제/촉진함으로써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에 영향을 미칩니다. 경우에 따라 엑소좀이 병리적으로 상반된 기능을 보유하기도 합니다. 엑소좀을 통해 신경 독성 단백질이 세포로부터 제거되어 응집체의 형성을 막는 반면, 해당 단백질이 다른 세포로 전달되는 사례 또한 보고되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엑소좀이 특별히 각광받는 이유는 진단 마커로서의 사용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를 통과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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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암
다른 질병들에 비해 암 분야에서의 엑소좀 관련 연구는 빠르게 진행되어, 암의 특성들과 엑소좀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졌습니다. 엑소좀은 종양의 형성과 전이, 부종양 증후군, 치료에 대한 내성과 연관되어 있으나, 암종과 환자의 유전적 요인,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서 복잡한 기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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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소좀의 진단적 적용
엑소좀에 대해서 살펴본 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와 질병의 발생과 진행에서도 엑소좀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신체의 다양한 대사 메커니즘과 질병 기전에서 엑소좀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를 토대로 대사 상태나 질병 진행 상황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엑소좀은 모든 체액에서 발견되며 모든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이므로, 최소한의 액체 생검을 통해서도 질병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입니다. 엑소좀의 생성 기전을 살펴보면, 세포의 내/외부 물질을 모두 포함할 수 있으므로 포괄적이고 다양한 체내 상태를 반영하는 진단 대상으로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엑소좀에서 얻어지는 소량의 DNA만으로도 암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검출하기에 충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엑소좀의 DNA는 순환 중인 DNA보다 더 넓은 범위의 DNA를 내포하고 있기에, KRAS나 TP53과 같은 돌연변이를 검출하기에 용이합니다.
DNA 뿐만 아니라, miRNA도 마찬가지로 암의 진단과 치료 예후를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miRNA의 경우 암세포와 일반세포 간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이기도 하고,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단 수단으로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례로, 혈중 엑소좀의 miR-21의 수치가 증가할 경우 뇌종양, 췌장암, 대장암, 간암 등을 진단할 수 있으며, 소변에서 검출된 엑소좀의 miR-21의 증가는 방광 또는 전립선암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여타 다른 암종과 관련이 있는 miRNA로는 miR-155, miR-17-92, miR-1246 등이 있으며, 이들의 수치가 증가하는 경우 암 발병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엑소좀이 포함하고 있는 단백질 또한 진단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데, GPC1을 보유한 엑소좀이 검출될 경우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일 확률이 증가합니다. 또한 엑소좀을 구성하는 지질인 포스파티딜세린(PtdSer)의 상대적 함량도 암의 조기진단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백질, 지질, RNA, miRNA 등의 물질들을 복합적으로 분석할 경우, 암 진단의 특이성과 민감성, 그리고 예후 평가의 정확도를 상당히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엑소좀의 치료적 적용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엑소좀은 그 자체로 새로운 치료적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별히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 MSCs) 또는 상피세포로부터 분리한 엑소좀은 마우스에 주사되었을 때 독성을 유도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치료능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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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약물 전달체로서의 엑소좀도 그 특장점을 인정받아 꾸준히 연구되어 오고 있는 분야입니다. 리포좀(liposomes)과는 다르게, 엑소좀이 체내로 주사될 경우, 세포에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에 탑재된 효능 물질의 면역 관련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더하여, RNA와 같은 핵산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 혈중의 리보뉴클레이즈 등으로부터 핵산이 분해되지 못하도록 보호하여 약물의 반감기를 늘려, 약물이 멀리 있는 부위로도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엑소좀 탑재 물질 중, 특히 miRNA가 생체 내 대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를 질병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된 엑소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을 통해 특정 miRNA 또는 siRNA를 탑재한 엑소좀의 경우, 타겟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여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MSC 엑소좀에 miR-146b를 탑재하여 전달하는 경우 뇌종양의 EGFR의 발현을 특이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KrasG12D siRNA를 탑재한 MSC 엑소좀은 췌장암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동물종에서 실험된 바 있습니다. 또한 순환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엑소좀의 손실에 대비하여, 식세포 작용을 방지하는 CD47을 과발현하였을 때 엑소좀의 반감기가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뇌-혈관장벽(BBB)를 통과할 수 있다는 엑소좀의 특성을 이용하여, 그간 치료가 어려웠던 뇌 연관 질병들의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SC 엑소좀을 비강 내로 투여하였을 때 마우스에서 자폐증적 행동이 완화되었습니다. 또한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마우스에 혈관주사로 엑소좀을 투여하였을 때 손상으로부터 신경을 보호하는 기능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광견병 바이러스의 당단백질(RVG)이 발현되도록 조작한 수지상세포 엑소좀에 BACE1을 타겟하는 siRNA를 탑재하였을 때, 뇌에서 BACE1의 발현을 억제하여 알츠하이머 치료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이용하여 알파시누클레인(a-synuclein)을 타겟하는 siRNA를 탑재한 경우, 뇌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의 응집체를 감소시켜 뇌의 병리적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도파민 전달 매개체로 엑소좀을 사용하였을 때, 도파민 단독 주사 요법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독성 없이 뇌에 도파민을 전달할 수 있음 또한 확인되었습니다.
새로운 암 치료 접근법으로 알려져 있는 종양 미세환경을 타겟으로 한 치료법도 엑소좀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 관심 받고 있습니다. 앞서 정리했던 바와 같이, 수지상세포 엑소좀은 항원을 제시함으로써 그 효과를 보입니다. ‘덱소좀(dexosomes)’이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링 된 엑소좀은 IFN-r를 통해 성숙된 수지상세포로부터 분리되었으며, 이에 MART1 펩타이드를 탑재하였을 때 NK 세포를 통한 세포 사멸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간의 연구들을 통해 엑소좀과 관련된 생리학, 병리학적 사실들이 윤곽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를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까지 더 많은 특성들과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엑소좀의 효과는 증명되었지만, 어떠한 경로와 기작을 통해 그러한 변화들을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엑소좀의 특성(불균일성의 원인, 내/외부 구성 물질, 기능)에 대한 추가 연구들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엑소좀의 활용을 앞당기고, 또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참고 논문 : Kalluri R, LeBleu VS. The biology, function, and biomedical applications of exosomes. Science. 2020 Feb 7;367(6478):eaau6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