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개발] 다양한 크로마토그래피 공법과 기본 조건

치료능을 갖는 원물질이 약으로 가공되어 실제 치료를 위해 처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는 곧, 약물 제제의 순도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의도한 내용물과 다른 물질이 제제에 섞이게 되는 경우, 또는 정확한 성분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약제에 혼합되어 있을 경우, 체내에서 어떠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순도의 안전한 약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제 기법으로 이루어진 공정을 거쳐 완성되도록 설계합니다. 설계 과정에서는 목표로 하는 약물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정제법을 선택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정제 기술이 크로마토그래피입니다.

본문에서는 크로마토그래피의 기법 중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기법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각각을 통해 정제를 진행할 때의 기본 조건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친화 크로마토그래피 (Affinity chromatography, AC)

친화 크로마토그래피에서 사용되는 레진(Resin)에는 특정 리간드가 결합되어 있어, 정제하고자 하는 단백질과 리간드 사이의 가역적 상호작용을 통해 단백질들을 분리합니다. 해당 기법은 초기 또는 중간 정제 단계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목표로 하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리간드가 있을 경우에 언제든지 사용가능합니다. 친화 크로마토그래피는 높은 선택성(selectivity)으로 고순도의 단백질을 정제할 수 있으며, 대체적으로 높은 수율을 보입니다. 일반적인 두 단계의 정제 공정에서는 1차적으로 단백질을 선별하는데에 사용되며(capture step), 2차 정제 단계에서는 남은 불순물들을 제거하는(polishing step)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사용합니다.

타겟 단백질은 특이적으로, 그리고 가역적으로 특정 리간드와 결합합니다. 시료는 단백질과 리간드가 결합을 이룰 수 있는 특정 조건에서 정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결합되지 않는 물질들은 씻겨 나가고, 리간드와 결합을 이룬 단백질은 용출에 적합한 조건으로 바뀌었을 때 리간드와 분리되어 얻을 수 있습니다. 특이적 용출을 위해서는 경쟁적 리간드를 사용하고, 또 비특이적 용출을 위해서는 pH를 조절하거나 이온 결합, 극성 등의 조건을 사용하여 용출을 유도합니다. 시료는 레진에 결합되어 있는 동안 농축되며, 타겟 단백질은 고순도, 고농도로 정제된 형태로 모아집니다. 친화 크로마토그래피의 전체적 크로마토그램은 아래와 같이 나타납니다.


Figure 1. 친화 크로마토그래피의 단계와 크로마토그램

2.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 (Ion exchange chromatography, IEX)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는 단백질의 표면 전하의 차이에 기반하여 분리하는 기법입니다. 단백질을 고해상도로 분리할 수 있으며, 따라서 혼합물의 종류가 많고 복잡한 시료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당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전하를 갖는 단백질과 반대 전하를 갖는 충진재의 가역적 상호작용에 기반하여 분리를 수행합니다. 단백질은 컬럼 내로 유입되자마자 결합하며, 서로 다른 단백질들이 분리되어 용출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용출을 위해서는 염 농도를 증가시키거나, pH를 조절합니다. 염의 농도를 조절할 때는 계단식으로 증가하도록 조절하거나, 연속적 선형 증가 방식을 채택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염화나트륨의 농도를 선형으로 조절하여 용출하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에서도 마찬가지로, 타겟 단백질은 고순도, 고농도로 정제되고 농축되어 얻어집니다.

Figure 2.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에서의 연속형, 계단형 용출 크로마토그램

단백질 표면의 실제 전하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용매의 pH에 따라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단백질의 등전점보다 높은 용매에 있는 단백질의 경우 음이온 교환제와 결합하고, 등전점보다 낮은 경우 양이온 교환제와 결합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합은 전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과, 등전점의 양쪽 어디든 표면 전하로 결합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형적으로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는 타겟 분자를 결합 분리하기 위해 사용하지만, 필요 시에는 불순물을 결합시켜 분리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이온 교환은 서로 다른 pH 조건에서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하며, 이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갖는 단백질을 분리하기 위함입니다.


Figure 3. pH 조건 변화에 따른 음이온/양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에서의 물질 분리

3. 소수성 상호작용 크로마토그래피 (Hydrophobic interaction chromatography, HIC)

소수성 상호작용 크로마토그래피는 단백질 간 소수성의 차이를 이용하여 물질을 분리합니다. 이 기법은 정제 과정 중 농축이나 중간 정제 과정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크로마토그래피 레진의 소수성 표면과 단백질이 가역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원리로 분리가 이루어지는데, 이 상호작용은 이온 세기가 강한 용액을 통해 강화됩니다. 따라서, 황산 암모늄을 통한 단백질 침전이나 고농도의 염을 이용한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 이후의 단계로 적절합니다. 이온 세기가 강한 용액에 담긴 시료는 충진제와 접촉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결합이 이루어집니다. 일단 결합이 이루어진 후에, 조건을 조절하여 결합이 된 물질들이 순차적으로 용출될 수 있도록 합니다.

용출은 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와 반대로, 염의 농도를 감소시킴으로써 진행합니다(Figure 4). 또한 마찬가지로, 계단식으로 염의 농도를 조절하거나 연속적 선형으로 염 농도를 감소시키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시료는 황산 암모늄의 농도를 줄이면서 용출이 이루어집니다. 타겟 단백질은 이 과정에서 농축되고 고순도로 정제된 용액으로 모입니다. 또 다른 용출의 방법으로는 용출액의 극성을 감소시키거나(에틸렌 글라이콜 농도 증가), 수소 결합을 억제하는 물질들을 추가하거나(요산, 구아니딘 염산염 등), 계면활성제를 추가하거나, pH나 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Figure 4. 소수성 상호작용 크로마토그래피에서의 연속형, 계단형 용출 크로마토그램

4.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 (Size exclusion chromatography, SEC)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는 분자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단백질을 분리하는 기법입니다. 이 크로마토그래피는 정제의 최종 단계에서, 정제물의 용량이 적은 경우에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해당 기법은 정제물의 용량이 크로마토그래피의 진행 속도나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제물의 용량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시료는 등용매 방식으로, 단일 용매로 농도의 조절 없이 용출됩니다. 용매의 조건은 시료의 유형이나 특성들을 고려하기도 하고, 후에 이어지는 정제, 분석, 보관 단계를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매가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의 해상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특성 조사를 통해 선택하여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용매에 단백질이 정제된 형태로 농축됩니다.

Figure 5.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의 일반적 크로마토그램

5. 역상 크로마토그래피 (Reversed phase chromatography, RPC)

역상 크로마토그래피는 단백질과 펩타이드가 갖는 서로 다른 소수성에 기반하여, 각 분자가 충진재와의 가역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바탕으로 분리하는 기법입니다. 단백질은 컬럼에 유입되어 충진재와 접촉하자마자 이들과 결합합니다. 이전의 다른 기법들과 마찬가지로, 결합 조건을 달리 했을 때, 각 분자가 가진 특성에 따라 분리됩니다. 역상 크로마토그래피에 사용되는 충진재의 특성상, 결합은 매우 강하게 이루어집니다. 결합의 세기는 유기용매 또는 다른 첨가물을 통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용출을 위해서는 유기용매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유기 용매로는 아세토나이트릴이 있습니다. 시료는 충진재와 결합하고 용출되는 과정에서 정제되고 농축되며, 아래와 같은 크로마토그램을 얻을 수 있습니다.

Figure 6. 역상 크로마토그래피의 일반적 크로마토그램

역상 크로마토그래피는 주로 최종 불순물 제거 단계에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또는 펩타이드류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며, 펩타이드 맵핑과 같이 분석을 위한 분리 공정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그러나 역상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단백질을 정제하는 경우, 유기용매와의 접촉으로 단백질이 변성되는 경우가 많아 타겟 단백질의 활성 회복이나 3차 구조의 복구가 필요한 경우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크로마토그래피는 복잡한 혼합물을 물질의 성질을 이용해 전개시켜, 개별 물질로 분리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약물의 정제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분석 과정에 사용하기에도 용이한 기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예: HPLC, GC 등). 본문에서는 여러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간단하게만 설명했지만, 각 기법을 사용하여 정제 공정을 설계하는 경우 조절할 수 있는 변수들이 무궁무진하기에 정밀한 정제 공정의 설계가 가능합니다. 분리 정제, 또는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의 특성에 따라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을 선택하고, 적절한 변수들의 통제 또는 조절을 통해 고순도의 안전한 약제를 생산하는 것이 공정 설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 Principles and Standard Conditions for Different Purification Techniques (Merck), https://www.sigmaaldrich.com/KR/ko/technical-documents/technical-article/protein-biology/protein-purification/principles-and-conditions-for-purification-techniques